시
가을 / 김현승
난자기
2018. 10. 11. 19:33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ㅡ김현승, 가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