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난자기
2018. 10. 30. 22:45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
눈앞에 보이는 것이
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
날은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막 피어나려는 싹수를
이렇게 싹둑
베어내도 되는 것인가
짧은 순간 만상이 교차한다
술을 끊으면 술과 함께
덩달아 끊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한둘이
어디 그냥 한둘인가
세상에
술을 공짜로 준다는데
모질게 끊어야 할 이유가
도대체 있는가
불혹의 뚝심이
이리도 무거워서야
나는 얕고 얕아서
금방 무너질 것이란 걸
저 감자탕 집이
이 세상이
훤히 날 꿰뚫게
보여줘야 한다
가자, 호락호락하게
ㅡ임희구, 소주 한 병이 공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