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망집 감나무 / 양문규

난자기 2018. 12. 16. 20:42

날망집에는
늙은 감나무 한 그루있다

새들이 내려앉을
삭은 나뭇가지 하나
달고 있지 않은
하늘과 땅 사이
오직 마른 외마디
기둥으로 서 있다

아침이면 새들이 우짖는
탱자나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텃밭을 일구다
저녁이면 어둔 그림자만 이끌고
집으로 들어서는 노인

어느새
그 나무
내 속에 들어와 있는가
탱자나무 울타리
떼 지어 사는 새들
날망집 감나무 비껴
또 다른 허공으로 날아간다

ㅡ양문규, 날망집 감나무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