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필 / 이원규

난자기 2019. 1. 1. 20:07




노숙자가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 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ㅡ이원규, 족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