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산그늘 / 박규리
난자기
2019. 3. 5. 22:09
먼산바라기만 하던
스님도
바람난 강아지며
늙은 산고양이도
달포 째 돌아오지 않는다
자기 누울 묏자리밖에 모르는
늙은 보살 따라
죄 없는 돌소나무밭
돌멩이를 일궜다
문득,
호미 끝에 찍히는 얼굴들
절집 생활 몇 년이면
나도
그만 이 산그늘에
마음 부릴 만도 하건만,
속세 떠난 절 있기나 한가
미움도 고이면
맛난 정이 든다더니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하필 그리워져서
눈물 찔끔 떨구는
참 맑은 겨울날
ㅡ박규리, 산그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