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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에 막걸리 두 병 놓여 있었다 / 김해자

난자기 2019. 4. 4. 00:11




붉은 접시꽃 옆에
다수굿이 서 있던
살구나무 집 어매
반나마 없어진 이를 가리며
합죽 웃었다

술 있시믄
한 병 빌려줘유
낼 트럭 오믄 갚으게
테리비는 지 혼자
뭐라뭐라 떠들어대지
껌껌하니
나갈 수가 있나
이야기할 사램이 있나
술이라도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몰러
질고 진 밤
후루룩
김치 국물이나 마시다
곯아떨어지는 겨
고대로 가는 중도 모르게
갔시먼 좋것네

ㅡ김해자, 머리맡에
막걸리 두 병 놓여 있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