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대적광전 / 주용일

난자기 2019. 5. 27. 15:32

계곡으로 물고기 잡으러 따라 나섰다가
깨진 얼음장 속에 꽁꽁 얼어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물이 서서히 얼어오자 막다른 길목에서
물고기는 제 피와 살 버리고
투명한 얼음속에 화석처럼 박혔다
귀 기울여도 심장 뛰는 기척이 없다
調息하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랑하면
사랑에 목숨 묻기도 하듯이
물 속에 살기 위해선
얼음이 되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이글루 짓고 들어앉은 에스키모처럼
은빛 지느러미 접고 아가미 닫고
사방 얼음벽 둘러친 無門의 집에서
물고기는 다시올 봄을 아예 잊었다
얼음장이 그대로
고요한 대적광전이 되었다

ㅡ주용일, 얼음 대적광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