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정상 / 최영규
난자기
2019. 8. 22. 16:13
되돌아가기가 어려울지도 모를 탈진상태가 되어서야 다다른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나를 넘어뜨릴 것처럼
불어대는 바람과 귀환의 불안감에 휩싸인 또 다른 나와
여름처럼 파란 하늘을 뒤집어쓴 채 꽁꽁 얼어붙은 풍경뿐이었다
그렇게 적막과 같은 그 풍경 한가운데에
나 혼자 겨우 서 있었다
가슴 빽빽한 환호가 내 안에서 난리였지만
그 환호는 천만 길 직벽을 추락해 떨어지고 있는 작은 돌조각이나
눈 부스러기 같았다
여기에 다다를 때까지
내 근육의 한 가닥 한 가닥 안에서 나를 독려했던 나를 매질했던
이것의 끝이 어디인가를
알고 있었던 그는
만날 수 없었다
ㅡ최영규, 정상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