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 허수경
난자기
2020. 2. 3. 23:19
구름은 썩어가는 검은 건물 위에 우연히 멈추고
건물 안에는 오래된 편지,
저 편지를
아직 아무도 읽지 않았다
누구도 읽지 않은 편지 위로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곧 건물은 사라지고
읽지 않은 편지 속에 든
상징도 사라져 갈 것이다
누군들
사라지는 상징을
잃고 싶었겠는가
마치 촛불 속을 걸어갔다가
나온 영혼처럼
ㅡ허수경,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