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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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ㅡ

난자기 2020. 5. 25. 14:46
물 실어서 써레질한
벙벙한 산 밑 논에
모내기를 하는 모습은 그림이다
산 그림자 비친
반쯤 낸 파아란 논배미도 그림이고
모판을 나르느라
새참을 준비하느라
식구들이 분주한 모습은 더욱 정겹다
모를 다 내놓고
논물에서 손을 빼고
연장을 챙겨서 돌아가는 밤
개구리 우는 논둑길은
피로가 풀려나지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지
슬픔도 기쁨도 어쩌면
곡식 자라는
들판에 서야 온전할 것 같은데
잊지 않았을까 내 친구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와
이 들판에 함께 서자던
고향을 떠날 때의 그
푸른 약속을
ㅡ박형진, 약속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