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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시뮬라크르 모범도 원본도 없는 복제물 속의 삶 앤디 워홀(Andy Warhol)의 그림을 떠올려보자. 그저 당신 생각나는 대로 한 장 고르면 된다. 마를린 먼로(Marilyn Monroe)의 얼굴들이 색조의 변주 속에서 나열되고 있다. 다른 그림에선 코카콜라 병들이 기나긴 행진을 하고 있다. 앤디 워홀의 팝아트 앞에서 우리는 후, 입김으로 불어 날린 손오공의 머리카락처럼 많은 분신(分身)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저 많은 여배우 가운데 누가 진짜인가? 저 많은 콜라 병들 가운데 어느 것이 원본인가? 원본이 있다기 보다는 오직 모사품들의 행렬이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원본과 모사물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식의 가짜, 원본과 복제가 구별되지 않는 영역 속에서 바로 시뮬라크르가 서식한..

피카소, 〈황소머리〉 Tête de taureau, 1942©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 2010 - Succession Pablo Picasso - SACK (Korea) 자전거 핸들과 안장을 재배치한 작품.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서 자전거의 핸들과 안장으로 보이기도 하고 황소의 머리로 보이기도 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소쉬르는 언어의 의미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이나 현실이 아니라 다른 언어와의 관계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전거의 핸들이거나 황소의 뿔인 것 (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 2015. 08. 25., 박영욱)

스피노자 예속에 맞선 자유의 철학 [ Baruch de Spinoza ] 출생 - 사망 1632.11.24. ~ 1677.2.21. 사람은어느 날 영문모르고 태어나 먹고 자고 마시고, 때로 기뻐하거나 슬퍼하다 소멸을 맞는다. 이런 한 평생이 너무 허망하다고 느껴 자연히 이렇게 묻게 된다. 인생에 어떤 숨겨진 최상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목적은 우리를 창조한 어떤 이로부터 부여 받은 것이 아닐까? 창조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우리에게 심어놓은 이는 그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세상 만물을 우리를 위해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의문들과 더불어 삶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목적과 그 목적을 창조한 이에 대한학문이 생겨난다. 그 학문은 때로는 신학으로, 때로는 형이상학으로 불리며 인류의 역사에 개..

생활 속의 철학 어떻게 삶을 긍정할 것인가? 질 들뢰즈 [ Gilles Deleuze ] 출생 - 사망 1925 ~ 1995.11.4. 헤겔은 동물을 비웃는다. 동물은 존재하는 직접적인 상태를 자기 힘으로 벗어날 수 없고 다른 동물에 의해서만 벗어난다. 그렇게 벗어나는 일이란 만신창이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다. 개가 더 큰 개에게 물려 죽는 방식으로만 자기 자신을 벗어나듯. 반면 인간은 ‘내적 부정’을 통해 직접적인 자기 상태를 지속적으로 벗어난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할 장애로 여기고, 이 장애를 부정함으로써 발전한다. 난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어! 다음 목표는 수학에서 50점 받는 거다! 이렇게 나날이 장애물 같은 자기 자신을 지양하고 자신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바로 이런 사..
후기구조주의와 해체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적 주체"라는 믿음을 깨뜨리고, 인간의 주체성은 구조에 의해 구성된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파헤친 것은 구조주의의 성과이다. 구조주의는 소쉬르의 언어학에서 시작되는데, 그는 "언어는 사물의 이름이 아니며, 기의란 기표의 차이에 의해서만 드러나는 것"이라 말한다.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이 아니라, 언어가 실체와 조우할 수 없는 한계 내에서 발생하는 언어들의 차이라는 것이다. 소쉬르는 언어의 구조1)를 분석함으로써 실체를 로고스에서 발견해 왔던 기존의 형이상학적 전통을 거부하는 대신, 언어의 차이와 관계에 주목한 것이다. 이를 통해, 명증한 사실로 여겨진 자아 혹은 의식을 실재의 출발로 보았던 자아중심주의에 균열을 가하였..

철학적 사건 철학자 바디우의 정치적 사유 '철학자의 임무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 2013년 9월 한국을 방문하는 진리와 주체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1937- )는 철학의 임무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잘 알다시피, 이는 철학의 아버지인 소크라테스의 죄목이었다. 바디우는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죄목’을 철학의 중심에 놓는다. 무슨 말일까? 그는 젊은이들과 대화했던 소크라테스의 행위를 철학의 주요한 활동으로 간주하는 것이고, 철학은 그러한 활동 가운데 젊은이들로 하여금 어떤 일탈을 감행하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바디우는 기존의 질서와 의견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거부하는 것을 바로 ‘타락’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여기서 ‘타락’이란 철저히 지배적 질서와 의견들에서 벗어나, 새..

‘변기나 깡통’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마르셀 뒤샹, 「샘(Fontaine)」, 1917. 뒤샹은 남자 소변기에 어떤 가공도 하지 않은 이 작품을 뉴욕 그랜드 센트럴 갤러리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 전시회에 출품해 논란을 일으켰다. 남성용 변기 ‘샘’은 어떻게 예술작품이 되었는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적’인 것은 어떤 것이고, ‘예술작품’의 특성은 무엇인가? 예술사의 전개 과정을 볼 때, 특히 20세기 이후의 예술사는 이 물음들에 대하여 드라마틱하면서도 재미있는 답변을 준다. 20세기 미술에 돌연변이와 같은 충격을 준 인물로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이 있다. 마르셀 뒤샹 마르셀 뒤샹(1887~1968)은 레디메이드(ready made, 기성제품)라는 새로운 미술 개념을 도입했다. 그는 평면적인 ..

생활 속의 철학 인간의 마음은 하얀 백지 존 로크 [ John Locke ] 출생 - 사망 1632.8.29. ~ 1704.10.28. 송곳처럼 날카로운 킬 패스로 한 번에 적진을 무너뜨리는 축구는 짜릿하다. 거기에는 미처 예측할 수 없는 창의적인 움직임이 있다. 그런가 하면 중원의 볼 점유율을 높여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축구 스타일도 있다. 무엇이라고 딱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소리 없이 강한 축구 팀도 있다. 철학을 축구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경험주의는 창의성이 돋보이는 철학은 아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생각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에 바탕을 둔다. 주장하는 방식도 그렇다. 상식을 뒤집는 날카로운 논리보다는 평범한 상식에 의존한다. 적어도 근대 경험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