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통회 시편6 / 김형영 본문

뱀보다
더 아름답게 우는 것은 없다
뱀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다만
스스로를 동여매며 운다
땅 밑으로 밑으로 달아나며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큰 탓이라고
가슴을 치며 통곡할
거룩한 손도 없이
꿇어야 할 무릎도 없이
뱀은
스스로를 동여매며
온몸으로 운다
뱀은
나의 오랜 친구로서
친구인 나는 뱀에게 말했다
가거라, 울부짖음아
죄지은 내 심장의 고동과도 같고
습관처럼 가슴을 치는
내 더러운 손 같은 울부짖음아
가거라, 사람들이 모여
너를
죽이려고 막대기를 들기 전에,
오, 뱀이여
너는 아름다워 죄를 짓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