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임재춘, 지렁이ㅡ 본문
깨진 화분의 흙을 쏟았더니
지렁이 한 마리 나와 꿈틀거린다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갑자기 밝은 빛에 몸 둘 바를 몰라
도망도 가지 못한다
출렁거리는 몸짓과
앞뒤를 모르는
뒤엉킨 시간이 눈앞에서 꿈틀거렸다
직립으로 분주하던 시간들
칸칸이 혼자 살고 있다는 생각, 버렸다
다시 화분에 지렁이를 넣어주고 잘 덮어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흙 속에 숨겨 두었다
ㅡ임재춘, 지렁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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