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최승호, 멍게 ㅡ 본문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게는 참 조용하다
천둥벼락 같았다는 유마의 침묵도
저렇게 고요했을 것이다
허물덩어리인 나를 흉보지 않고
내 인생에 대해
충고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멍게는 얼마나 배려깊은 존재인가?
바다에서 온 지우개 같은 멍게
멍게는 나를 멍청하게 만든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을 지워버린다
멍! 소리를 내면
벌써 입안이 울림의 공간
메아리치는 텅빈 골짜기
범종 소리가 난다
멍.
ㅡ최승호, 멍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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