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떠도는 자의 노래 본문

떠도는 자의 노래

난자기 2024. 2. 19. 20:35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ㅡ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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