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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기일기
생각들
밤새도록 당신을 들락거리는 생각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생각들 당신의 천장을 쿵쿵거리는 생각들 당신을 미치게 하는 생각들 미쳐가는 당신을 조롱하는 생각들 당신을 침대에서 벌떡 일으키는 생각들 당신을 鼓舞시키는 생각들 순식간에 당신의 고무를 무화시키는 생각들 당신을 돌처럼 굳어가게 하는 생각들 당신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생각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을 무덤으로 만드는 생각들 무덤 속에서 당신의 머리칼을 손톱을 자라게 하는 생각들 죽어도 죽지 않는 생각들 관 속의 뼈들을 달그락거리게 하는 생각들 무덤이 파헤쳐지고 장대비가 쏟아져도 백 년 이백 년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생각들 당신의 텅 빈 해골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가차 없는 생각들 ㅡ황병승, 생각들ㅡ
시
2025. 3. 19. 09:09
삼월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 ㅡ임영조, 삼월ㅡ
시
2025. 3. 18.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