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 본문
그 무렵 잠에서 나 배웠네
기적이 일어나기에는 너무 게을렀고 복록을 찾기엔
너무 함부로 살았다는 것을,
잠의 해안에 배 한 척
슬그머니 풀려나
때때로 부두를 드나들 때에
내게 病은 높은 것 때문이 아니라
언제나 낮은 것 때문이었다네
유리창에 나무 그림자가 물들고
노을이 쓰르라미 소리로
삶을 열고자 할 때
물이 붙잡혀 있는 것을 보네
새들이 지저귀어
나무 전체가 소리를 내고
덮거나 씻어내려 하는 것들이
못 본 척 지나갈 때
어느 한 고개에 와 있다는 생각을 하네
나 다시 잠이 드네,
잠의 벌판에는 말이 있고
나는 말의 등에 올라타
쏜살같이 초원을 달리네
전율을 가르며
갈기털이 다 빠져나가도록
폐와 팔다리가 모두 떨어져나가
마침내 말도 없고 나도 없어져
정적만 남을 때까지
ㅡ박주택,
카프카와 만나는 잠의 노래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