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바위의 말/ 이성부 본문
나는
오랫동안
너무 게을렀거나
한자리에서만 맴돌아
생각이 굳어졌거나
그리움으로 목말라
바윗덩이가 된 것은
아니다
내 안에는
아직도
더운 피 터질 듯
힘차게 돌아 흐르고
이리 무겁게 앉아 있어도
갈수록 눈 깊어져
천만리 머나먼 바깥세상
잘 보이느니
사람들의 짠하고
아픈 사연 찾아 듣느라
귀가 늘어져서
정작
가까운 솔바람 소리
개울물 소리 따위는
귓가로 흘려버리고 말았느니
해남 두륜산 자락
포근함에 파묻혀서
멀리 일렁이는 산 구비
너머 바다 건너를
나는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곧
내가 일어나
입을 열어 말할 것이고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내려갈
날도 멀지 않았다
ㅡ이성부, 바위의 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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