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나를 오른다 / 최영규 본문
매일같이
내 속에는
자꾸
산이 생긴다
오르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금세
산이 또 하나
쑥 솟아 오른다
내 안은
그런 산으로
꽉 차 있다
갈곳산, 육백산, 깃대배기봉, 만월산, 운수봉…
그래서
내 안은 비좁다
비좁아져 버린
나를 위해
산을 오른다
나를 오른다
간간이
붙어 있는 표시기를 찾아가며
나의
복숭아뼈에서
터져나갈 것 같은 장딴지를 거쳐
무릎뼈로
무릎뼈에서
허벅지를 지나
허리로
그리고
어렵게
등뼈를 타고 올라
나의 영혼에까지
더 높고 거친
나를 찾아 오른다
기진맥진
나를
오르고 나면
내 안의 산들은
하나씩 둘씩
작아지며
무너져 버린다
이제 나는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다
나를
비울 수 있다
ㅡ최영규, 나를 오른다ㅡ
내 안에는 무슨 산이 있을까?
태산이면 곤란한데
그 걸 언제 다 비워!
높다 한들 하늘아래 뫼일 뿐인데
한번 해 볼까?
태산을 옮기려고 하는 남자 / 난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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