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동창회 모임 / 황훈성 본문
조개탕 속에
한 녀석이 입도 떼지 않고
무게를 잡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고 있다
무게도 나가지 않는
왜소한 바지락 주제에
미사여구를 읊는 비단조개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대합
연신 어깨를 으쓱대는 키조개
모두 무늬에 걸맞게
흥겨운 담소를 즐기는데
아무렇게나 그어놓은
주름살투성이 얼굴 주제에
팔짱을 끼고 엄숙한 포즈라니
참다못해
손님이 냄비 밖으로 호출하여
입을 강제로 열었더니
입에 가득 머금은 개펄
자신의 시커먼 슬픔으로
국맛을
버리기 싫었던 것이다
ㅡ황훈성, 동창회 모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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