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 성선경ㅡ 본문
거북이가 아주 급한 걸음으로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이를 보는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심술궃게 한 말씀 하시는데
"너! 토끼와 경주에서 또 졌다며"
옆으로 와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만사 귀찮다는 듯이
아주 급한 걸음으로 엉금엉금 기는데
사자는 따라오며 또 놀리는데
다정하게 붙어서 놀리는데
"야! 너 가방이나 벗고 뛰지 그랬니?"
아주 다정히도 놀리는데
거북이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자리에 멈춰
척 허리 버팀을 하고
거기 사자를 보고 한 말씀 하시는데
"야! 이년야 머리나 좀 묶고 다니지?"
한 말씀 던지고 뒤도 안 보고 가는데
엉금엉금 빨리도 가는데
이를 보고 사자가 하 기가 차서
"야! 너 정말 가방 안 벗을 거냐?"
심술궃게 또 야지를 놓는데
거북이는 제 갈 길이나 꾸벅꾸벅 가면서
"미친 년! 머리나 좀 묶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꾸벅꾸벅 가면서
엉금엉금 꾸벅꾸벅 가면서
혼잣말로 중얼중얼 엉금엉금.
ㅡ성선경, 사돈은 늘 남의 말을 하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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