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매, 윤성학 ㅡ 본문
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달 전부터
가죽장갑을 낀 손등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먹이를 조금씩 줄이고
사냥의 전야
나는 주려, 눈이 사납다
그는 안다
알맞게 배가 고파야
꿩을 잡는다
배가 부르면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꿩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날아 도망갈 수 없을 만큼의 힘
매받이는 안다
결국 돌아와야 하는 나의 운명과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야성이 만나는
바로 그곳에서
꿩이 튀어오른다
ㅡ 매, 윤성학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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