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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 문정희 본문

러브호텔 / 문정희

난자기 2022. 4. 5. 15:30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 기도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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