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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 / 문정희

난자기 2022. 4. 10. 14:57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끌어안는다
찌그러드는 유두 속으로
공포가 독한 에테르 냄새로
파고든다
패잔병처럼 두 팔 들고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사춘기 때부터 레이스 헝겊 속에
꼭꼭 싸매놓은 유방
누구에게나 있지만 항상
여자의 것만 문제가 되어
마치
수치스러운 과일이 달린 듯
깊이 숨겨왔던 유방
우리의 어머니가 이를 통해
지혜와 사랑을 입에 넣어주셨듯이
세상의 아이들을 키운
비옥한 대자연의 구릉
다행히
내게도 두 개나 있어 좋았지만
오랫동안 진정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것이었고
또 아기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나 지금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안고 서서
이 유방이 나의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촬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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