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부서져 버린 / 황인찬 본문

부서져 버린 / 황인찬

난자기 2022. 9. 2. 11:24

 

 

어떻게 끝내야 할까,
그런 고민 속에서 
이 시는 시작된다
 
문이 열리는 것이 좋을까, 
영영 닫혀 있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문이 열렸지만 
아무도 없었다는 결말은 어떨까
 
 ......그런 생각 속에 있을 때,
 
 "우리 이야기 좀 하자"
 
맞은편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어떨까
목소리가 들려오면 
이야기라는 것이 시작되겠지
 
어떤 목소리는 
이야기와 무관하게 아름답고, 
어떤 현실은 이야기와 무관하게 참혹하고, 
그런데도 이야기를 하자는 
사람이 있구나
 
이야기라는 것은 또 대체 무엇일까
 
창밖은 어둡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다
 
창에는 
창밖을 내려다보는 내가 반사되고, 
여길 좀 보라는 목소리가 있고, 
또 이제 그만 끝내자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런 일이 이어진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어떻게 끝내야 할까,
 
영원한 폭우 속에 갇혀버린 채로
끝낸다면 어떨까, 
문을 열고 나가니 
전혀 다른 골목에 도착한다면,
어쩌면 
영원히 계속되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끝낼 수도 있겠지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렇게 끝내면 
정말 끝나버릴 것만 같다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이렇게 이 시를 끝내기로 했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네게 말을 건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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