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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부처

난자기 2024. 3. 27. 08:07

송광사 대웅전 앞에
배롱나무 한 그루
너른하게 꽃피우고 있었다

다붓한 절간
눈맛나는 붉은 꽃숭어리마다
술렁이는 꽃빛발에
대웅전 부처님은 낯꽃 피고
나는 꽃멀미로 어지러웠다

밤그늘이 조계산 기슭을
바름바름 기어내려올 때쯤이야
이곳에서는 배롱나무가 부처였음을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ㅡ허형만, 배롱나무 부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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