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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

난자기 2024. 3. 22. 08:49

詩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것의 베게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 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온 생활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를 피워 문다
쓸쓸한 것이 오장을 씻어 내린다
노신이여
이런 밤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온 세계가 눈물에 젖어 있는 밤
상해 호마로 어느 뒷골목에서
쓸쓸히 앉아 지키던 등불
등불이 나에게 속삭어린다
여기 
하나의 상심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

ㅡ김광균, 노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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