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해골통 화분 본문
배흘림기둥같이 묵직한 가죽 자루
더 이상 금싸라기도
담을 곳이 없다
그칠 줄 모르고 삼켰던 음식물
다 토해낸다면
커다란 거품 산이 될 것이다
오물덩이 산을
베개로 하고 거품에 취해
가끔 산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하는
심심한
해골통 화분에다
하늘거리는 양귀비꽃이나 하나
이쁘게 기르고 싶다
청명하게 바람 부는 날은
만리 하늘을 날아오르다가 지전처럼
바람난 꽃가루
지상에 뿌리고
향기로운 흙가슴 열어
먹었던 음식물
하늘을 향한 제단처럼
쌓아놓고
허망하게 무너지는
물 흙냄새 풍기는
연꽃 하나 피우고 싶다
ㅡ최동호, 해골통 화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