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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도시의 즐거움

난자기 2025. 4. 15. 10:29

일류배우가 하기엔
민망한 섹스신을
그 단역배우가 대신한다
은막에 통닭처럼
알몸으로 던져지는 여인
얼굴 없는 몸뚱이로 팔려다니며
관능을 퍼덕거리는

하여 극장의 어둠 속엔
나, 관객이 있다
幻으로 배 불러오는 욕정
幻이 불러일으키는 흥분이 있다
눈앞의 시간이
토막난 채 흘러가는 필름이고
텅 빈 은막 위에 요동치는 것들이
幻인 줄 알면서 나는 幻에 취해
실감나게 펼쳐지는 幻을 끝까지 본다
내 망막의 은막이 텅 빌 때까지
눈에서 나온 혓바닥이 멸할 때까지

ㅡ최승호, 세속도시의 즐거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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