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바이칼 본문
초원실크로드 상의 다양한 인종과 문명을 잉태하고 융합시킨 천혜의 호수. ‘시베리아의 진주’ ‘시베리아의 파란 눈’이라고 일컫는 바이칼은 부랴트어로 ‘큰(바이) 물(칼)’이란 뜻이다. ‘큰 불’이란 뜻으로 화산과 연관시켜 ‘부랴트’나 ‘부여’란 말이 이 ‘바이’에서 파생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큰 물’답게 호수의 길이는 630km, 폭은 20~80km, 둘레는 무려 2,000km나 되며,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1과 맞먹는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제일 깊은 곳은 수심이 1,630m나 되며, 세계 담수량의 20%를 차지하는 담수호로 수량은 미국 5대호의 물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신기한 것은 336개의 하천이 흘러들어와 호수를 이루지만 빠져나가는 강은 오로지 안가라강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어떻게 수량이 조절되는지는 아직껏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바이칼에는 2,5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데, 그 가운데 약 4분의 1은 이곳에만 있는 특이종이다. 북극에서 비밀 수로를 통해 왔다는 민물 물개, 체질의 절반 이상이 지방이기 때문에 햇볕에 나오기만 하면 금방 버터처럼 녹아버리는 골로미양카 등 특이한 동식물들이 많다.
바이칼은 수면 40m의 깊이에 있는 지름 40cm의 쟁반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세계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호수인데, 보코플라프라는 새우 모양의 작은 갑각류(甲殼類)가 싹쓸이 청소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 물에 손을 적시기만 해도 5년, 발을 담그면 10년이나 젊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태고로부터 숱한 신비와 경이를 간직해온 바이칼은 단순히 커다란 자연적 물웅덩이가 아니라 인종을 잉태한 천혜의 태반이며, 다양한 문명을 융합시킨 허브이며, 숱한 민족의 수구지심(首丘之心)을 불러일으키는 본향(本鄕)이기도 하다. 이러한 바탕이 있었기에 바이칼과 한민족을 포함한 많은 민족들은 구석기시대 말엽에 일어난 지질학적 변천 시기부터 시작해 생태학적으로, 체질인류학적으로, 그리고 문화 면에서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이칼호 [Baikal] (실크로드 사전, 2013. 10. 31.,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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