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5/06 (2)
오자기일기
구두 한 짝
찬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으니 떠나온 것인지 도착한 것인지 분간이 없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구겨진 구두 한 짝이 저토록 웅크린 사랑은 떠나고 그가 절름발이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지, 벗겨진 구두는 홀로 걷지 못한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그렇게 찬 새벽 역전 광장에, 발자국 하나로 얼어붙은 눈물은 보이지 않고 검다 그래, 어려운 게 문제가 아냐, 기구한 삶만 반짝인다 ㅡ김정환, 구두 한 짝ㅡ
시
2025. 6. 5. 12:12
공부나 합시다
바깥세상이 시끄러운지라 수학 문제를 풀던 선생님이 잠시 분필을 놓으시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려는데 학생 하나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른다 - 선생님 공부나 합시다 - 때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인지라 영어 문제를 풀던 선생님이 잠시 분필을 놓으시고 우리 말 고운 시 하나 읊으려 하자 학생 하나 벌떡 일어나 소리 지른다 - 선생님 공부나 합시다 - 이런 학생 나중에 무엇이 될까 세상모르고 공부만 하여 남보다 수학 문제 하나 더 빨리 풀어 일등 하여 일류대학 들어간들 무엇이 될까 이런 학생 나중에 시집 한 권 아니 읽고 공부만 하여 남보다 영어 단어 하나 더 많이 외어 우등으로 일류대학 들어간들 그런 학생 졸업하고 세상에 나오면 시끄러운 세상에 나와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말끝마다 입으로 학생은 공부나 하라..
시
2025. 6. 3.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