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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낳은 새 / 유하 본문

나무가 낳은 새 / 유하

난자기 2016. 3. 7. 11:41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 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ㅡ유하, 나무가 낳은 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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