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밀가루반죽 / 한미영 본문
냉장고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의
물을 섞고
내외하듯 등 돌린
두 놈의 살을
오래도록
부비고 주무른다
우툴두툴하던
사지의 관절들
쫀득쫀득해진다
처음 역하던 생내와
좀체 수그러들지 않던
빳빳한 오기도
하염없는 시간에
팍팍 치대다보면
우리 삶도 나름대로
차질어 가겠지만는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저처럼 몸 바꾸어
말랑말랑하게
사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ㅡ한미영, 밀가루 반죽 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밥 / 김준태 (0) | 2016.03.16 |
---|---|
최승자, 겨울에 바다에 갔었다 (0) | 2016.03.14 |
별을 굽다 / 김혜순 (0) | 2016.03.11 |
무꽃 피다 / 마경덕 (0) | 2016.03.08 |
나무가 낳은 새 / 유하 (0) | 201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