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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 naemaeumdaero

난자기 2016. 7. 9. 12:46




길고양이의 자유를 보았는가?

그에겐 두려움이 없다.

그는 자동차 길을 유유히 걸어가고

긴 꼬리를 치켜들고 사람들 곁을 지나친다.

그는 숲에서 길을 잃지 않고

길을 만든다.

그가 넓은 어깨를 한껏 펴고

느리고 가볍게 담을 훌쩍 뛰어 넘으면

그곳이 길이다.



길고양이는 사람들이 만든 길을 버리고

높은 아파트 베란다 사이로 들려오는

죽은 고양이 소리를 비웃는다.

길고양이에게 길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의 화려한 발걸음이다.



길고양이는 우리 곁

불온한 혁명가처럼 웅크리고 있지만

우리에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낮 음식물 쓰레기통을 든 우리 눈이

우연히 그의 눈과 마주치면

그는 씩 웃으며 쓰레기통을 한 번 더 뒤적이고

희미한 냄새를 남긴 채

섬광처럼 그것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문득 그곳에 왜곡되지 않은 길이 있다.


길고양이 / naemaeumdaero

-딴지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