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더 라스트 트레인 / 오장환 본문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역사가
화물차에 실리어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 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노선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ㅡ오장환, 더 라스트 트레인ㅡ
기우는
길 너머 길,
등짝
대동지돌 노래하며
걷네..
◆ 오장환 시인에 대하여
오장환 시인은 백석, 이용악과 더불어 1930년대 후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1918년 충북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 140번지에서 태어난 오장환 시인은 1951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병사하였다.
오장환 시인은 휘문고등학교를 다닐 때 정지용 시인에게서 시를 배웠다. 휘문고등학교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교지 『휘문』에 「아침」, 「화염」과 같은 시를 발표하고, 『조선문학』에 「목욕간」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활동하였다. 그때 그의 나이 열여섯 살이었다.
어려서 박두진 시인과는 안성초등학교를 같이 다녔으며, 일본 지산중학에 유학하고 온 뒤부터는 서정주, 김광균, 이육사 시인 등과 가깝게 지냈다.
일제말기 단 한 편의 친일시를 쓰지 않으면서 그 어둡고 궁핍한 시기를 견딘 오장환 시인은 신장병을 앓다가 병상에서 해방을 맞는다.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면서 테러를 당해 치료할 곳을 찾아 남포로 갔고 거기서도 치료를 할 수 없어 모스크바 볼킨 병원으로 후송을 갔다. 그리고 한국전쟁의 와중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34살의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떴다.
그의 시가 1930년대 시문학사에서 높이 평가되는 것은 생명파류의 시나 모더니즘 계열의 시라기보다 이용악, 백석 등과 함께 당대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리얼리즘 시를 통해서이다. 오장환 시의 현실인식은 생명파에 속하면서도 생명파와 구분되는 독자성을 보여주며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에 속하면서도 모더니즘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적 성취를 보여준다. 이 점이 오장환을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시단의 3천재”로 불리게 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오장환의 이러한 현실인식은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어, 이후 그의 시편에 고스란히 녹아 예술적 성취의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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