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변기를 닦다 / 장석남 본문
똥이 튀어
변기를 닦았다
나의 윤리
불혹이 넘어 겨우 찾은
생활의 윤리
내 방황의 뿌리가
여기였는가?
그 이후로는
소변을 흘리지 않으려 애쓰고
경솔을 흘리지 않으려 애쓰고
가난을 흘리지 않으려 애쓰고
돈을 성욕을 흘리지 않으려 애쓰고
바람 속을 걸어본다
엿새째 이어지는 설사를 나는
논어를 공부하듯
복음서를 공부하듯 엄숙히
내면에 들여본다
속곳에 지린 것도
몰래 헹구어 내놓고는
윤리를 생각한다
윤리의 무늬를 지우고
윤리가 감춘 죄를 생각한다
설사에 대해서
불현듯
고장난 장에 깃든
사랑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슬비는
새벽내내
처마 끝에 모여들어
한방울씩 떨어진다
ㅡ장석남,
변기를 닦다
포장된 윤리는 도덕이 아니다
설사가 윤리로 재단되어
딱여져 할 무엇이라면
고장난 장도 지탄받아야한다
장이 고장날때는 그 이유가 있을 것인데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딱아내야 할 치부는 속으로 감추우고
설사로 변기에 튄 똥만 딱아내고는
공자가 되려하는 구나
고장난 장을 사랑하지 못하면
똥 딱아 내는 인생을 그치지 못한다
똥누고 궁디 안 딱은
찝찝함으로 살아갈 수 밖에 ..
- 卵作 -
윤리라는 게 별건가
똥 덜 튀게 싸고
튀었으면 닦아주고
그리고 왜 튀는 똥, 설사를 하는지
장이 고장난 원인을 따지는 일이지
하여,
대저 윤리라는 건 과음, 과식에 대한 반성과
싸질러 진 일에 대한 책임까지를 포함하는 것일진대
과유불급에 대한 반성도
튄 똥을 닦을 생각도 없는
저 년을 우야만 조컷노
- 作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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