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덕평장 / 김사인 본문
세 개뿐인 손가락이 민망하다
면봉과 일회용 밴드뭉치를 들고
천원이요 외쳐보나
사는 사람 적다
땡볕에 눈이 따갑다
도토리묵 과부 윤씨가
같이 한술 뜨자고 소릴 지른다
묵국수를 말아내는 윤씨의
젖은 손엔
생기가 돈다
떨이옷 김씨가 농협 모퉁이에서
전대를 철럭거리며 쫓아온다
무친 닭발과 소주를
양손에 들었다
장사 참 어지간하네
차양모자 밑으로 땀을 흝으며
연신 엄살이다
잠긴 목에 거푸 몇잔을 부으니
나른해진다
받지 않는 줄 알면서도
번번이 지전 두어 장을 내밀어본다
윤씨의 환한 팔뚝이며 가슴께로
애써 외면하며
다시 거두는 몽당손이 열쩍다
내일 장에는
도루코쎄트나 칫솔을 더 떼어가나 어쩌나
해는 아직 길고
한 보따리에 천원
문득
한번
소리를 돋워본다
ㅡ김사인, 덕평장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간의 거울1 / 이가림 (0) | 2017.01.23 |
---|---|
도장골 시편중 / 김신용 (0) | 2017.01.20 |
대설주의보 / 최승호 (0) | 2017.01.18 |
어느 삶 / 이시영 (0) | 2017.01.17 |
참 환한 세상 / 이중기 (0) | 2017.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