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도장골 시편중 / 김신용 본문
새의 날개가
유목의 천막인 열매
새의 깃털 속이
꿈의 들것인 열매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했을까,
그 유목의 천막에 드는 일
새의 복부속에 드는 일
남의 눈에는
영어 같겠지만, 전락 같겠지만
누구의 배고픔 속에 깃들었다가
새롭게 싹을 얻는 일,
뿌리를 얻는 일
그렇게 새의 먹이가 되어,
뱃속에서 살은 다내어주고
오직
단단한 씨 하나만 남겨
다시 한 생을 얻는 일,
그 천로역정을 위해
산비탈의 기시덤불 속에서
찔레 열매가 빨갛게 타고 있다
대합실의 무쇠난로처럼
뜨겁게,
뜨겁게 익어가고 있다
ㅡ김신용, 도장골 시편중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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