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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 위한 전제에 대한 소고

난자기 2017. 3. 18. 13:02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 [시학]에서 시는 모사(模寫) 혹은 모방이라고 했다
현상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철학처럼 난해하고 치밀한 방식을 피하고 은유나 풍자 등의
방식을 택하는 것인데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에 나오는 이데아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기로 하자

이데아는 본질이다
그런데 이데아란 실체를 본 사람이 없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데도 분명 있다는 것을 선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완전한 원은 현실에서는 실재하지 않는다
태어나서 단 한번이라도 완전한 원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이라는 이데아를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의 우리는 원을 그릴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는 모든 원은 원의 이데아의 모사이며 모방이다

어떤 사람은 원을 통통 튀는 공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이는 굴렁쇠라고 한다
고차원적으로 넘어가서는 원은 사람의 얼굴이다, 혹은 인생이다, 우주다, 삶과 죽음이다 라고 얘기한다
원이 사람의 얼굴이나 인생 그리고 우주이면서 생사이기도 하다는 그 얘기에 우리는 논증이 생략되었지만 고개를 끄덕여 줄 수가 있다
왜냐하면 시는 은유로 표현되는 이데아의 한 형식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누가 논증이 생략되었다고 해서 원을 각을 가진 도형이라는 식으로 혹은 원은 뿔이다, 터진 수박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이건 모사도 아이고 모방도 아닌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것이고 본질을 벗어난 변태가 돼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보면 시 역시 이데아의 철저한 모사이고 모방이어야 하며 본질과 그 모방이라는 사이에 생략되어진 논리가 엄연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