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본문
2차대전이 끝난 뒤 독일 뉘른베르크에선 나치 독일의 전범들과 유대인 학살 관여자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은 명령에 따라 행동한 일반 병사와 공무원 등을 어떻게 처벌하느냐였다.
당시 뉘른베르크 재판을 앞두고 유태인 학살을 집행한 가장 중요한 집행자이자 공무원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사라졌다. 그는 수년간 숨어 지내다가 이탈리아를 거쳐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다. 이후 1960년 5월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압송돼, 1961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세기의 재판을 받게 됐다. 6백만 유대인의 추방과 학살을 주도한 나치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은 수많은 나라에 생중계됐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끔찍한 증언들이 여과 없이 전해졌지만 아이히만은 자신은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기소 절차상 저는 무죄입니다”라고 말한다.
유태인 학살을 집행한 가장 중요한 집행자이자 공무원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
“아이히만은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중에서-
사람들은 아이히만의 모습에서 악마와 같은 희대의 살인마를 보고자 기대했지만 그는 의외로 평범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을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자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공무원이라고 묘사했다. 아렌트는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그리고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바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을 뿐”이라며 “나치즘의 광기로든 뭐든 우리에게 악을 행하도록 계기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멈추게 할 방법은 생각하는 것 뿐이다”라 말했다. 아무런 생각없이 또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채 범죄에 가담하는 인간을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고 표현했다.
나치 전범재판에서 “나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처벌을 피해가려는 아이히만을 비롯한 수많은 집행자들에게 재판소는 국가뿐 아니라 개인도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처벌했다.
그는 세익스피어에 등장하는
이아고나 멕베스, 리처드3세 같은 극악무도하거나 악마적 본능을 가진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오래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말하는 무능력은 그의 생각의 무능력, 즉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무능력함과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음이 점점 더 분명해 졌다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중에서-
올바른 역사는 사유하는 개인에 의해서만 만들어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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