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어찌 소회가 없을소냐 / 박작당 본문
식사전 기도 -고흐 -
어찌 소회가 없을소냐
ㅡ 박작당
狂風의 시기가 지나갔다
그네순시리 국정농단이 터지고
광화문에는 천만의 촛불이 켜졌다
탄핵의 가결과 인용 사이에는
갈등과 반목의 시간이 흘렀고
이윽고 그녀는 수갑을 차고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당연한 귀결을 기뻐할 틈도 없이
대선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들어갔다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바다건너에서 노닥거리다 돌아온 한 유력한 후보가
퇴주잔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후보를 사퇴하고
얼떨결에 대행자리를 꿰찬 사람은 눈치를 보다가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을 뿐,
대강의 윤곽이 잡혀 본격적인 대선이 벌어지자
막말하는 후보와
양다리 걸친 후보와
쫒겨나와 문전걸식하는 후보와
확장에만 목말라 할 뿐 자기혁명이 안된 후보와
한 때 폐족으로 자처하던 무리의 수장이 후보가 되어서
낡은 이념과 모호한 정책과
네가티브와 페이크뉴스가 난무하는 카오스를 연출하였다
그리하여 이천십칠년오월구일,
마침내
촛불과 태극기, 그 반목의 비율만큼,
딱 그만큼 민심으로 나타나
그 지난했던 과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광화문으로 나와 시민의 환호에 답하던 폐족의 수장얼굴이 마냥
기뻐 보이지만은 않았던 것은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일까…
그리고 다시 일상이다
바뀐 것은 없다
우리들은
여전히 시를 올리고
여전히 출근을 하고
여전히 김밥을 말고
여전히 톡에다 시시덕 거린다
우리들은 지난 몇 달 간 무엇 때문에
술을 마시고
입에 거품을 물었는가
환호와 탄식과 욕지거리가 교차되던 그 많은 날들을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들에게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심상정 / 정의당 의원>의 추모사 (0) | 2018.07.27 |
---|---|
[전문]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헌재 선고 요지 (0) | 2017.03.10 |
[위기의 대한민국… '보수의 길'을 묻다] [5] 소설가 이문열 (0) | 2016.12.04 |
아폽토시스 (Apoptosis) (0) | 2016.11.28 |
주인과 노예 (0) | 2016.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