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 황지우 본문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열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
ㅡ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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