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자작나무에게 / 정호승 본문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웠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르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다
ㅡ정호승,자작나무에게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