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소쩍새 / 오세영 본문
얘야,
무엇이든 주고받는
시장의 원리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울어서 될 일이란
이제
아무것도 없단다
울 일이 있어서
우는 것이냐
이 같은 현실을
우는 것이냐
소쩍소쩍
봄밤
하염없이 울어대는
소쩍새 소리
그러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서
너와 함께
울 수 있는 자는
오직
시인 밖에 없나니
오늘 밤
나도 왠지 모를
슬픔에 젖은 채
한 잔의 술을 앞에 놓고
밤새워 시를 쓴다
과거와 현재를
착각하고 사는 새여,
시인이여
ㅡ오세영, 소쩍새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