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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 나종영 본문

첫눈 / 나종영

난자기 2020. 2. 10. 21:09




첫눈은
언제나 눈부시게 온다
첫눈은
늘 생각보다 조금 늦게 온다
첫눈은 기다리면 오지 않고
그리움에 목마른 세상의
어깨 위에 온다
첫눈은
진눈깨비로 싸래기로
푸석푸석 애를 태우다가
아침 창문을 열면
온 마당가에 환하게 온다
첫눈은
먼 산 푸른 이마에 먼저 내린다
첫눈은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누이들의 머리 위부터 내린다
첫눈은
슬픈 술꾼들이 잠든 밤
해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온다
참 눈부시게,
지그시 눈을 감고 온다

ㅡ나종영, 첫눈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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