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첫눈 / 나종영 본문
첫눈은
언제나 눈부시게 온다
첫눈은
늘 생각보다 조금 늦게 온다
첫눈은 기다리면 오지 않고
그리움에 목마른 세상의
어깨 위에 온다
첫눈은
진눈깨비로 싸래기로
푸석푸석 애를 태우다가
아침 창문을 열면
온 마당가에 환하게 온다
첫눈은
먼 산 푸른 이마에 먼저 내린다
첫눈은
새벽 첫차를 기다리는
누이들의 머리 위부터 내린다
첫눈은
슬픈 술꾼들이 잠든 밤
해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온다
참 눈부시게,
지그시 눈을 감고 온다
ㅡ나종영, 첫눈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것도 없다고 투덜거리던 달도 / 최하림 (0) | 2020.02.19 |
---|---|
한겨울 나무마을에 간다 / 최금녀 (0) | 2020.02.11 |
구름은 우연히 멈추고 / 허수경 (0) | 2020.02.03 |
낫 / 황규관 (0) | 2020.01.17 |
혼자 먹는 밥 / 오인태 (0) | 2020.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