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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읍에 대한 보고'를 쓸 무렵 / 엄원태 본문

'소읍에 대한 보고'를 쓸 무렵 / 엄원태

난자기 2020. 3. 2. 00:49

추어탕을 먹으로 다니던 금호읍은 얼핏 너무나 평화롭게 한적했다 엎어진 듯,
나지막한 처마들을 맞댄 함석지붕들과,
텅 빈 여관의 잔자갈 주차장,
낡은 驛舍와 시외버스 정류장 앞의 시멘트 공터, 그리고
주변의 어두컴컴한 구멍가게들, 찌들어가는 중화요리집의 격자유리 미닫이문……
그것들은 안으로 허물어져 가면서,
현존과 소멸의 경계에서,
그 한계에서 앙버티듯
‘견디고 있는’ 버려진 존재들의 아득한 현존으로서
내 뇌수에 인화되듯 새겨졌다
나는 그 ‘견딤’들에서
위안을 얻은 셈이었다
나만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거기엔 견디고 있었다, 버려진 듯 살아가는
허술한 차림새의 사내들의
노동과 흡연에 절은 초췌한 얼굴과 손마디들,
혼자 밥 먹는 여자의 눈물……
그 현존의 가장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견디고 있는 존재’들은
모두
내 육체 속으로 흘러 들어와
한 몸을 이루었던 것이다

ㅡ엄원태, '소읍에 대한 보고'를
쓸 무렵ㅡ



1928년 발표된 애창가요 <황성옛터>의 가수 이애리수씨(사진·1910~)
ttp://www.hani.co.k/arti/culture/entertainment/318570.html#csidx9c098d1c329d3139cccc0916c0d5bed




[작당이] [오후 2:02]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누나
[작당이] [오후 2:11] 얼매전에 남산으 부장들 밧는디....
허리춤에 총을 감추고 들어가는 김재규를 비차주면서
이 노래가 흐르는디....캬!
요즘 계속 이게 내 귀를 떠나지 않는구먼...
황성옛터, 이노래는 허무의 극치다
[작자기] [오후 2:13] 누런성
누런터

캬아아
[작당이] [오후 2:18] 왜색이 깃든 노래다
그러나 좋은건 어쩔수가 없구나
그려 좋은건 좋은게야
[작당이] [오후 6:53] 아아 가엽다
[작당이] [오후 6:54] 이 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고
끝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여 왔느냐
[작자기] [오후 7:21] 전철도 텅빈네
퇴근시간인데
[작자기] [오후 7:21] 더구나 2호선인데
[작당이] [오후 7:25] 띠부럴
[작당이] [오후 8:57] 글루미 코리아네
코로나가 배회하는 곳
병보다 무서븐거는 우울이 같이 따라온다는게야
[작자기] [오후 8:57] 가마이보이
보이네
내주름너머
자네들주름이
[작자기] [오후 8:58] 결들의고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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