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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난자기 2015. 12. 12. 22:46

칠레 출신 작가 스카르메다(Antonio Skrmeta, 1940~ )가 쓴 소설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는

우리에게 영화 <일 포르티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야기는 1969년 여름 , 칠레의 어촌 이슬라 네그라에서 시작한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으로 120키로미터 정도 떨어진 작고 한적한 마을에 매일 항 일 없이 빈둥대던 청년 마리오히메네스에게

어느날 깜짝 놀랄 행운이 찾아온다
해마다 노벨상 물망에 오르내리던 저명한 민중시인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를 위한 전용우체부로 마을 우체국에 취직하게 된다
마을 인근 별장에서 잠시 휴양중인 네루다가 떠나면 없어질 임시직이지만, 마리오는 맡은 일을 대단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는 매일 아침 만나는 시인과의 대화를 통해 은유(Metaphor)가 무엇인지, 운율이 무엇인지, 또 시가 무엇인지를 점차 깨우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세계가 무엇이며, 또 그안에서의 싦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차츰 알아간다


마리오 : 뭐라고요?
네루다 : 메타포라고!
마리오 : 그게 뭐죠?
네루다 : 대충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마리오 : 예를 하나만 들어주세요

 

네루다는 시계를 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네루다 : 좋아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마리오 : 참 쉽군요 비온다는 거잖요

네루다 : 옳거니, 그게 메타포야

......

 

마리오 : 아닙니다. 시가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예요. 시를 낭송하시는 동안 제가 이상해졌다는 거예요

네루다 : 친애하는 마리오, 좀 더 명확하게 말 할 수 없나. 자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침나절을 다 보낼 수는 없으니까.

마리오 : 어떯게 설명해야 할지요, 시를 낭송하셨을 때 단어들이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네루다 : 바다처럼 말이지

마리오 : 네 그래요, 바다처럼 움직였어요

네루다 : 그게 운율이라는 걸세

마리오 : 그리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어뇨. 왜냐하면 너무 많이 움직여서 멀미가 났거든요

네루다 : 멀미가 났다고?

마리오 : 그럼요! 제가 마치 섬생님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같았어요

 

시인은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

 

네루다 : 내 말들 사이로 넘실거리는 배

마리오 : 바로 그래요

네루다 : 자네가 뭘 만들었는지 아나, 마리오?

마리오 : 뭘 만들었죠?

네루다 : 메타포!

마리오 : 하지만 소용없어요. 순전히 우연히 튀어 나왔을 뿐인걸요

네루다 : 우연이 아닌 이미지는 없어

마리오 : 선생님 온세상이 즉 바람, 바다, 나무, 산, 불, 동물, 집, 사막, 비 ....

네루다 : 이제 그만 기타 등등 이라고 해도 되네

마리오 : 기타등등 ! 선생님은 온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네루다에게서 은유와 운율, 그리고 시를 배운 마리오는 그것을 맨먼저 베아트리스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정복하는데 사용한다

그년를 유혹하는데 사용한 은유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베아트리스 : 그가 말하길 .....내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날아다니는 나비래요
엄마 : 그러고는?
베아트리스 : 그말을 듣고 웃음이 났어요
그랬더니?
베아트리스 : 그랬더니 이번엔 내 웃음에 대하여 말 했어요. 내 웃움이 한떨기 장미이고 영글어 터진 장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히 일어나는 은빛파도라고도 했어요


마리오에게 온통 넋이 나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쏱아 붙는 걸쭉한 은유 또한 걸작이다 


엄마 : 닭대가리 같으니! 지금은 네 미소가 한마리 나비겠지, 하지만 내일은 네 젖퉁이가 어무만지고 싶은 두마리 비둘기가 될것이고
         네 젖꼭지는 물오른 머루 두 알, 혀는 신들의 포근한 양탄자, 엉덩짝은 범선의 부풀어 오른 돛,
         그리고 사타구니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는 고것은 사내들의 그 잘난 쇠몽둥이를 달구는 흑옥 난로가 될 걸!
         퍼질러 잠이나 자!


우체국장 코스메의 증언에 의하면 마리오라는 놈팽이가 은유 몇마디로 베아트리스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겨우 두 달 밖에걸리지 않았다네요


따분한 일상과 사소한 일용품마저도 새롭고 아름다운 어떤것으로 바꾸어놓는 네루다의 은유는 단순하고 무식한 청년 마리오를

시의 세계로 가차없이 이끌고 갔다

그리고 시란 진부한 일상과 낯익은 세계에 새로운 색깔을 덧입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또한 마리오가 네루다를 처음 만났을때 뭣모르고 던졌던 말대로


 " 온 세상이 다 무엇의 메타포"


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게 만들었고

그리고 마침내 세상을 보는 마리오의 눈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았다


(시를 배우고, 결혼을 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이해하고,

현 칠레 정부의 불평등한 현실을 알게 되지만..

인민엽합을 통해 민중에 의한, 대통령 선거로 당선된 '살바도르 아옌데'가 보수당의 군사 쿠테타로

죽게 되고, 네루다 또한 죽게 되고, 이후 군사정권의 간부에 의해 마리오가 잡혀가면서 마무리를 한다.)


그렇다면


은유란 대체 무엇일까?

은유가 대체 무슨 힘이 있어서 그런 대단한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아름다운 아가시를 정복하게 만들고 , 일상과 세계의 진부함을 떨쳐내고

심지어는 세상을 보는 눈까지 바꿔놓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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