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그릇 똥값 / 최승자 본문
노량진 어느 거리 그릇 세일 가게
쇼윈도에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릇 똥값"
순간 충격적으로,
황금색으로
활짝 피어나는 그림 하나.
신성한 밥그릇 안에
소중하게 담겨 있는
김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똥 무더기 하나,
아니 쇼윈도 안
모든 그릇들 안에 담겨
폴폴 향기로운 김을 피워 올리는 똥덩어리들.
그 황금색의 환한 충격.
입과 항문이 한 코드로
연결되듯
밥과 똥이 한 에너지의
다른 형태들이니,
밥그릇에 똥을 퍼담은들,
밥그릇에 똥을 눈들 어떠랴,
산다는 것은 결국
싼다는 것인데
ㅡ최승자, 그릇 똥값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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