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사진 한 장 / 신대철 본문
삼각대 받쳐놓고 새를 기다린다
망원렌즈 안으로
흰 구름 모이다 가고
갈대들 휘어져 들어왔다 나간다
갯벌 물골을 타고
먼 바다로 나가는 수평선
질척이는 갯벌 끝에서
지평선과 수평선이 맞닿은 순간
숨은 시에 반사된 은빛 물결이
숨결의 파문에 따라
눈부시게 반짝인다
빙빙 돌아 뭍으로 돌아오던 새들은
군무를 멈추고 황홀히 떠 있다
나는 숨 돌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찢어진 구름과 바람 소리
빠져나가지 못한 갈대잎만 잡혀도
가슴에 찍히는 사진 한 장
시 스친 사진 속에는 이따금
별똥별을 기다리는 소년이 드나든다
ㅡ신대철, 사진 한 장ㅡ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릇 똥값 / 최승자 (0) | 2020.05.06 |
---|---|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 정현종 (0) | 2020.04.30 |
쑥국을 끓이며 / 박신지 (0) | 2020.04.21 |
곡우 / 조예린 (0) | 2020.04.20 |
적막한 식욕 / 박목월 (0) | 2020.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