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기일기
칠월 아침밥상에열무김치가 올랐다ㅡ 본문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리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는
이레 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 보면
안다
그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ㅡ김종해, 칠월 아침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ㅡ